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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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빛’이 되는 탁월한 세계시민의 길
2025-08-20 2024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 총장 졸업식사
‘세상의 빛’이 되는 탁월한 세계시민의 길 오늘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졸업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그리고 축하합니다! 유난히도 뜨겁던 2025년의 폭염을 뚫고 이 자리에 함께하고 계신 가족 여러분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경희의 울타리 안에서 지난 4년여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교수님과 교직원 선생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본받고 싶은 선배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정성껏 준비한 재치 있는 현수막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한 후배들도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졸업생 여러분!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다시피 올해로 설립 76주년을 맞은 경희의 창학 정신은 ‘문화세계의 창조’에 있습니다. 경희에서 배우고 가르치며 연구하고 생활하는 모든 행위의 궁극적인 목표와 가치는 ‘문화세계’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문화세계의 창조’는 경희학원 설립자인 미원 조영식 박사가 1951년에 출간한 두 번째 저서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모든 인간은 정신과 육체를 가진 인격체로서 스스로 본능과 이성을 통제하면서 정신과 물질이 조화된 ‘문화 규범’을 지키며 풍요롭고 가치 있는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기반 위에 보편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평화로운 지구공동사회를 이룩해야 한다는 것이 ‘문화세계 창조론’의 핵심 내용입니다. 창학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우리 대학은 1949년 개교 이래로 학술과 실천 활동을 창조적으로 결합하며 ‘학문과 평화’의 학풍과 전통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학원의 민주화, 사상의 민주화, 생활의 민주화’를 교훈으로 삼고, ‘전인교육, 정서교육, 과학교육, 민주교육’을 교육 방침으로 정한 경희는 ‘창의적인 노력, 진취적인 기상, 건설적인 협동’이라는 경희 정신을 기반으로, ‘더 나은 나, 더 나은 세계,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건설하는 것을 사명으로 2025년 8월 현재까지 매진해 오고 있습니다. 지구적 존엄을 구현하는 21세기 경희는 지난 2011년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하면서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교양교육 혁신을 주도해 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9년 개교 70주년 이래로 전 지구적인 위기 상황이었던 ‘코로나 시대’의 한계를 넘어 경희는 다양한 교육성과를 누적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학 최초의 ‘세계시민교육’ 실시와 산업경영공학과 학생의 ‘코로나맵 서비스’ 개발(2019), 중등교사 임용고시 ‘역대 최다’ 합격자 배출과 제9회 로스쿨 변호사 시험 합격률 전국 3위(2020), 약학대학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추진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 선정’과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 실감미디어 분야 선정’(2021), ‘THE 대학 영향력 평가’ 세계 74위 및 국내 3위 달성과 인공지능융합혁신인재양성 사업 선정(2022), 기계공학과 재학생의 캡스톤디자인 경진대회 대상 최초 수상(2023), ‘태권도학과 박태준 학생과 스포츠지도학과 전훈영 동문(양궁)의 파리올림픽 금메달 획득’과 4단계 BK21 사업 중 ‘혁신인재 양성사업 4개 사업단 신규 선정’ 및 자유전공학부 신설(+자율전공학부 개편)을 통한 ‘열린전공 교육체계 구축’(2024), ‘THE 대학 영향력 평가 세계 19위 및 전 세계 사립대 1위 선정’과 ‘대학혁신지원사업 최고 등급(S등급) 선정’ 및 ‘경희 교육혁신 미래 비전 선포’(2025) 등이 지난 6년간 경희가 달성한 주요 교육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우리 대학에 입학한 이래로 오늘 졸업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교과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전문지식을 습득하면서 자신과 세계의 본질과 현상에 대해 무수히 많은 질문을 던졌을 것입니다. 숱한 질문과 대답의 지난한 여정을 거치며 ‘미래 문명을 창조하는 후마니타스인’이 되어 교양교육과 전공교육을 조화롭게 결합시키면서 새로운 인생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다각도의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을 것입니다. 특히 4년 동안 수행했던 후마니타스 교양교육의 내실 있는 체험을 통해 여러분은 ‘나는 누구인가? 나와 세계는 어떤 관계인가? 나는 세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의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며 더 나은 미래를 탐색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심도 있게 생각하는 힘을 배양하면서 스스로 ‘탁월한 개인, 성숙한 공동체 구성원, 세계시민적 실천인’의 능력을 신장함으로써 여러분은 이제 문명의 위기를 돌파하는 창조적 지성인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분은 졸업 이후 자신이 선택한 전문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전공교육을 수강했을 것입니다. 전공 공부는 여러분에게 사회적 재목으로 성장하기 위한 이론과 실천을 제공하면서 더 나은 세계로 발돋움하기 위해 실용적이면서도 내실 있는 전문지식의 깊이와 넓이를 내면화하도록 지원했을 것입니다. 전공교육은 단순한 기술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에 필요한 전문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방대하고 필수적인 지식체계를 체화하고 소유하는 것이 우선시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응용하고 접목하기 위해 이제 여러분은 사회 각 분야에서 필요한 인재가 되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곳에서도 단순히 그 세계 안에 머무르는 ‘고인 물’이 아니라 더 나은 자신과 세계의 미래를 지속적으로 사유하고 창조하며 실천하는 탁월한 후마니타스인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아름답게 빛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2024년 이래로 캠퍼스에 등교하면서 교내 도로변에 걸린 주황색과 하늘색 휘장에 쓰인 ‘룩스 문디(LUX MUNDI)’라는 문구를 봤을 것입니다. 문구 자체는 ‘세상의 빛이 되라’는 의미의 라틴어 표현입니다. ‘빛’이라는 표현은 사전적인 의미로만 따진다면 ‘인간의 시각으로 감지가 가능한 가시광선 영역의 전자기파’를 의미하지만, 비유와 상징을 통해 해석하면 인류 역사 이래로 ‘진리와 지식, 양심과 정의, 희망과 동경’ 등으로 변주되면서 어두운 현실을 이겨 내는 등불 같은 의미를 내포합니다. 문명 전환 시대의 등불처럼 여러분이 ‘학문과 평화’를 주창하는 경희대학교의 학풍을 디딤돌 삼아 졸업 이후에는 더 훌륭한 세계시민으로 성장하여 진정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밝히는 참된 빛’이 되길 희망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여러분이 ‘세상의 빛’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여러분이 ‘나(개인)’와 ‘우리(사회)’의 관계를 깊이 숙고하면서 관계의 의미를 새로이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자기 개인의 서사적 정체성에 대한 입체적 성찰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가 지닌 각종 모순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구축하면서 우리 시대가 직면한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시대적 통찰과 혜안을 겸비하면 좋겠습니다. 개인과 사회와 시대에 대한 통합적 성찰은 서로를 비추는 확장적 거울이 되어 전일적으로 상호 연결되면서 더 큰 자신과 만나고 더 성숙한 공동체적 관계를 기반으로 더 넓은 세계로 나가기 위한 필요조건에 해당합니다. 이미 여러분이 대학 공동체 생활에서 경험했듯이 졸업 이후에도 먼저 ‘나는 누구이고 무엇이며 어떠한 존재인가’에 대한 성찰적 물음이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래야 나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현재적 좌표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의 동시적으로 여러분이 소속된 직장 공동체 속에서 ‘우리가 함께 누구이고 무엇일 수 있으며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관계인가’를 지속적으로 탐문해야 합니다. 특히 ‘나’와 ‘우리’의 관계에 대한 성찰 속에 우리 시대의 각종 위기와 질곡에 대한 질문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2020년대 초반 초국경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전 지구적 이동을 멈추게 만들었던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역병의 시대’를 마주했던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개인과 공동체가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었는지 이미 우리는 몸소 체험한 바 있습니다. 부분과 전체를 함께 파악하는 전일적인 관점으로 인간과 세계를 사유하는 시대적 성찰이 우리 시대의 문명사적 위기를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는 지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개인과 지역사회를 넘어 세계적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개인과 사회와 세계를 연결하는 관계론적 사유를 내면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배움의 즐거움을 알고 있는 졸업생 여러분! 이 광활한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인 ‘나’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나의 진정한 가치의 확인과 ‘나의 재탄생’을 위해 지녀야 할 우리의 필수 불가결한 태도입니다.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인간에 대한 철학의 근본 문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 등의 인식론적 질문은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문제로 귀착되어 인간 본성에 대한 본질적 물음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가 ‘선천적인가 아니면 후천적인가(nature or nurture)?’라는 선택형 방식의 질문은 존재의 본질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본성과 후성(nature and nurture)’이 반복적인 상호작용으로서의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를 형성할 때 비로소 두 개념이 상호 독립적인 개념이 아니라 긴밀한 상호작용 속에 그 의미를 확장시키는 관계론적 개념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유전자 구조 속에 각인된 선천적인 본성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인 환경의 변화와 학습을 통해 ‘유전자적 한계에 갇힌 자신’을 더 나은 존재로 성장시키려는 사후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셈입니다. 영국의 인류학자이자 우생학의 창시자인 프랜시스 골턴은 150년 전에 이미 ‘자연과 양육(nature and nurture)’이라는 표현을 만들었습니다. 그때 이미 유전자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핵심 인자인지 아니면 우리가 ‘텅 빈 서판(Slate)’인 채로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인지를 고민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과학의 영역에서는 어느 한쪽의 승리를 말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두 개념이 애초에 대립한 적이 없었으며, 유전자와 환경은 서로 깊은 영향을 미치면서 실질적인 차원에서 서로를 견인하며 생성하기도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이처럼 행동과학과 유전학을 융합한 ‘사회유전체학(sociogenomics)’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는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인간이 지닌 잠재력의 무한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개인의 건강과 수명을 결정하는 인자에서 유전적 요인이 20% 정도이고, 평소 생활습관이나 환경이 70% 정도이며, 나머지 10% 정도는 의료제도나 정책 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이 유전적인 요인을 넘어서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저는 인간이 ‘배움’이라는 지적 역량 강화를 통해 후천적인 성장을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배움의 양’이 개인의 ‘성장의 양’을 말해 줄 수 있으며 ‘배움의 질’이 개인의 ‘성장의 질’을 보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배움의 양과 질이 반드시 성장의 양과 질에 정비례하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본인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면 우리는 지속적으로 평생교육을 통해 미진한 부분을 채워 나갈 수 있습니다. 개인의 ‘배움 저널’처럼 ‘학습 일지’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일기와 유사한 형태의 ‘학습 일지’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더 정확하게 추인할 뿐만 아니라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을 바로잡을 수 있게 해 주며, 인식론적인 차원에서 왜곡되어 있거나 파편화된 사실을 정확히 기록하고 반영하면서 개인의 지식체계를 적절히 수정하고 통합하는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이미 『논어(論語)』 제1편 학이(學而) 1장에서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아?”라고 하면서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의미를 통해 배움의 즐거움과 지속적인 학문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여러분이 다양한 배움의 즐거움을 놓지 않으며, 앎의 즐거움과 함께 새로운 배움의 길을 지속적으로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의 배움에는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우리의 직업관’은 대부분 회사와 조직, 국가 등의 공동체적 가치관을 내면화하면서 형성됩니다. 이를테면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사적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사상을 토착화했기 때문에 자가용 중심의 자동차 사회가 되어 ‘도로교통’이 발달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유럽의 경우에는 개인보다 공동체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가치관에 따라 사회적 인프라 구축에 방점을 두어 자동차 중심의 개인적 교통수단보다는 공공 교통수단으로서의 ‘철도교통’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어느 방식이 우리에게 더 우선적이어야 하는지는 언제나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조화롭게 인식하는 우리만의 주체적인 세계관이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직장에서의 ‘나 개인’은 주관적인 역량을 최고로 발휘하려는 노력을 통해 ‘탁월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우리’는 여럿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며 최고의 능률을 실현하기 위해 공동체의식을 지녀야 합니다. 조직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서는 ‘탁월한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적인 협력가’가 더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공동체 내부의 구성원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면 서로 무엇이 더 나은 참다운 관계의 실현이고, 어떤 관계가 선한 영향력을 드러내는 것인지와 더불어 관계의 아름다움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등을 탐색해야 합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공동의 목표를 기반으로 타인과의 협력을 통해 더 나은 인간과 사회를 위한 집단지성의 발현과 공동체적 지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공동체적 세계관으로 무장하고 탁월한 세계시민이 되어 여러분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기 위해서는 이질적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먼저 필요합니다. 인종과 성별, 국경과 나이의 차이에 대한 호혜적 인식이 전제되어 있을 때 ‘배제나 차별, 혐오’와 같은 위계적 시선을 극복하고 이질적인 언어와 문화와 관습을 지닌 타인과의 구체적인 차이를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습니다. 타자와 세계와의 차이에 대한 우선적 이해는 이질적 존재와의 수평적 의사소통을 통해 상호 존중으로 이어져 민주적 사고와 관점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게 만듭니다. 지구적 실천인으로서의 후마니타스인은 사소한 차이를 넘어 인류 공동사회를 위해 더 나은 보편 가치를 지향하는 지혜로운 세계시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래를 선도할 졸업생 여러분! 지금 우리는 다방면의 차원에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 위기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강인공지능의 도래가 예고되고 있으며 최첨단의 과학기술이 예견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인류의 미래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시대가 코앞에 닥쳐오고 있습니다. 더구나 올해에도 어김없이 불어닥친 ‘지구 열대화’ 속에 자원이 고갈되고 대기가 오염되는 등 심각한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지구종말시계가 ‘지구 멸망 89초 전’이라는 경고등을 켠 채 암울한 지구의 미래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폭염과 폭우, 지진과 쓰나미 등 각종 재난과도 같은 치명적인 ‘극한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해야 합니다. 초지능과 초연결이 동시다발적으로 가능해진 인공지능 시대에 ‘본질적인 나’와 ‘신기술 사용자로서의 나’가 양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를 선제적으로 고민해야 함과 동시에 우리가 어떤 준비와 자세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지를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ChatGPT나 NotebookLM 같은 도구가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과 업무에 파고들어 새로운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군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의 활용이 위협적인 인력 대체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관리직 노동자나 자유직업인에 해당하는 중간층의 노동력 역시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공지능을 단순히 우리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위협의 대상으로만 인식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인간이 더 나은 차원에서 자신의 능력을 구현할 수 있는 분야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면서 인공지능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인간적·감성적·창조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업무를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필요에 따라 인공지능을 지혜롭게 활용함으로써 인간의 창의력과 감성역량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때 비로소 인간과 인공지능의 양립 가능한 선순환 관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의 내일을 책임질 졸업생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앞으로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기보다는 오히려 미래의 잠재적 변화 가능성을 더 나은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미국의 경영 전문가인 짐 콜린스(Jim Collins)가 □좋은 리더를 넘어 위대한 리더로□라는 저서 등을 통해 강조한 방법론을 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가 기업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분석하고 제시한 ‘좋은 기업을 넘어 훌륭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Companies)’라는 구호는 여러분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여러분이 조직 내부에서 올바른 인재전략을 활용하는 ‘최고의 능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됩니다. 둘째로는 언제든 시련과 역경이 닥쳐올 때면 정확한 현실 인식과 더불어 상황 극복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이 주목됩니다. 셋째로는 어떤 일에서든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 단계별로 자동적이고 지속적인 성과와 성장을 유도할 수 있도록 자동회전 기계장치 같은 ‘개인만의 플라이휠(Flywheel)’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 등이 강조됩니다. 넷째로 혁신이 필요한 시기에는 여러 우물을 파려는 ‘여우의 전략’보다는 핵심적인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고슴도치 전략’이 필요합니다. 다섯째로 ‘문명의 이기를 과감하게 사용하지 않을 용기와 적극적으로 사용할 용기’라는 두 가지 양면전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여섯째로 항상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면서 ‘규율 문화(규율 있는 사람+사고+행동)’를 준수하는 자기통제력이 뛰어난 ‘훈육적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좋은 리더’와 ‘위대한 리더’는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리더에 의해 조직의 성장과 성패가 좌우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자면 우리에게 참조할 대목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러분도 주어진 업무를 잘 수행하는 ‘좋은 전문가’에 머물기보다는 조직 내부에서 ‘위대한 지도자’가 되어 더 높고 더 멀리 올바른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는 탁월한 인재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앞으로도 자신의 현재적 역량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동원하여 더 나은 공동체의 미래 지도자로 거듭나는 ‘자랑스러운 경희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래가 기대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도 익히 알고 있다시피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는 생의 의미와 본질적 가치를 일깨우는 유명한 문구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저는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장미꽃이 소중한 건 네가 그 꽃을 위해 공들인 시간 때문이지” 등의 명대사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문구들이 우리에게 ‘시각 중심주의를 넘어선 마음의 힘, 사막 속 우물이 주는 희망의 아름다움, 관계와 시간과 노력의 소중함’ 등의 인간적 가치를 깨우쳐 주기 때문입니다. 지금 비록 우리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경희를 향한 여러분의 마음이, 그리고 여러분을 향한 경희의 마음이 앞으로 여러분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경희는 언제나 여러분에게 사막의 우물 같은 아름다운 가치를 제공하는 원체험의 장소가 되겠습니다. 경희 캠퍼스가 미원(美源)인 까닭은 여러분이 자신과 경희를 위해 공들인 시간 때문임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경희를 넘어 더 넓은 세계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때 여러분과 함께 그 모든 아름다운 가치 하나하나를 공유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청년의 패기와 열정으로 수놓았던 시간들이 아로새겨져 있는 우리 캠퍼스는 앞으로도 여러분에게 ‘영원한 고향’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언제 어디서나 자랑스러운 터전으로 경희를 회상하며, 언제 어디서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든든한 대학’이자 ‘대학다운 미래대학’이 되도록 지금 여기에서 또 앞으로도 성심성의껏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여러분이 그 어느 곳에 있든 ‘학문과 평화의 전당’인 여러분의 모교에 깊은 관심과 따뜻한 성원을 보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자랑스러운 경희인’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 여러분이 ‘더 훌륭한 경희 동문’이 되어,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어 미래를 더 아름답게 창조하기를 희망합니다. 끝으로 저를 비롯한 교수, 직원, 학생 등 3만 5000명의 경희 구성원 전체 그리고 35만 명에 달하는 경희 동문이 앞으로 함께 여러분 곁에서 최선을 다해 여러분 모두를 응원하겠습니다. 여러분이 꿈꾸고 실현시킬 더 나은 미래를 적극 지지하고 열심히 성원하겠습니다. 졸업생 여러분, 진심으로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꿈의 재설계, 비상(飛翔)하는 ‘경희의 기적(奇蹟)’
2025-02-28 2025학년도 입학식 총장 환영사
꿈의 재설계, 비상(飛翔)하는 ‘경희의 기적(奇蹟)’ 신입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러분이 이렇게 싱그러운 봄을 만나기 위해 지난겨울 그토록 폭설이 잦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옛 속담에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해에는 꼭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올해는 아마도 여러분 모두에게 풍년이 기다리고 있나 봅니다. 지난겨울에 내린 하얀 눈들이 여러분의 입학과 더불어 대학 생활을 응원하고 축하하기 위한 서설(瑞雪)이었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첫걸음’을 시작하는 신입생 여러분! 누구에게나 모든 처음은 낯설고 두렵습니다. 대학에서의 첫 시작도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프로이트에 따르면 ‘낯선 두려움(Unheimlich)’은 자아를 형성시키는 불안감의 원형에 해당합니다. 이 감각을 ‘익숙한 편안함’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러분이 대학 캠퍼스라는 장소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학내 구성원들과도 자연스레 낯을 익히는 친밀감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소와 사람에 대해 익숙해지기까지 ‘낯선 두려움’이 지속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익숙해지는 여러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부터 여러분은 자신이 왜 대학에 입학했는지를 본격적으로 질문하면서 더 나은 자신과 세계를 재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으로의 입학은 고등학교 때까지 여러분이 이미 경험했던 여느 입학과는 그 의미가 현격히 다릅니다. 초중고교에서의 입학은 의무교육임과 동시에 개인별 심신의 성장과 더불어 단계별로 주어진 교육 과정을 이수하면 자연스레 다음 단계의 관문으로 진입하게 되는 통과 의례적인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큰 배움터로서의 대학’은 정신적이고 지적인 성인이 되어 인생 전체의 방향을 가늠하면서 구체적인 청사진을 설계해 보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입학 자체의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더 큰 배움’을 위해 이제부터 여러분이 학교 안팎의 활동에서 매사에 도전적인 자세로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리는 없습니다.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하나하나 차근차근 다양한 활동을 통해 경험의 폭을 넓히면서 대학 생활에 안착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친애하는 신입생 여러분! 올해 개교 76주년이 되는 우리 대학은 1949년 설립되어 창학정신인 ‘문화세계의 창조’를 구현하기 위해 학술과 실천을 창조적으로 결합하며 ‘학문과 평화’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온 경희의 역사는 그 자체로 경이로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960년대 중반 ‘세계대학총장회’를 창립하고 제2회 대회를 개최하면서 국제 행사를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경희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1979년 국제캠퍼스를 설립한 이후로 1981년 유엔이 지정한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주도하면서, 양 캠퍼스의 독자적 발전과 함께 상호 교류 확대를 통해 교육과 연구, 실천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2009년 개교 60주년을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아 ‘대학다운 미래대학’을 고민하며 ‘지구적 존엄의 구현’을 내세우고 경희의 미래가 대학의 미래이자 인류의 미래임을 천명하고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나가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1년 세계적 수준의 교양대학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하면서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고등교육의 본질을 추구하고 있으며, 지구적 세계시민의 양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경희인이 된다는 것은 이 자랑스러운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1세기 문명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담대한 도전 의식과 창조적인 사고, 공존 공생의 협력 정신이 필요합니다. 일찍이 경희학원의 설립자인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는 구성원 모두가 서로 함께 배려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세 가지의 경희정신’을 추구할 것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창의적인 노력, 진취적인 기상, 건설적인 협동’ 등의 경희정신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경희인의 포부와 자세를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경희의 가치와 철학, 역사와 전통을 내면화함으로써 전환 시대를 선도하는 세계시민적 자아실현을 통해 탁월한 지구적 실천인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배움을 갈망하는 신입생 여러분! 교육은 태생적으로 기성세대가 신세대의 사회화와 문화 전수를 위해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가르침에서 시작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주는 지금 시대에도 자신과 세계를 향해 던지는 호기심 어린 질문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세계에는 아직 우리가 탐험해야 할 미지의 영역이 무한히 펼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무지의 세계에서 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이유는 ‘어둠을 밝히는 빛’의 비유를 강조하는 계몽주의 사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철학자 칸트는 『계몽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계몽’이 ‘미성숙으로부터의 탈피’를 의미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미숙한 인간이 더 성숙한 존재로 거듭나려면 필요한 도구가 바로 ‘계몽’이라는 것입니다. 이때의 ‘계몽’이란 자신과 세계에 대한 ‘지적 깨우침’이라는 점에서 ‘합리적 이성의 사용’을 의미합니다. 이성(理性)은 사물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인간이 보유한 최고의 능력으로 자연과 인간과 세계를 올바로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는 논리적 사유 능력을 말합니다. 계몽은 그냥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성찰하며 타인과 세계를 알아가기 위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세상에 대한 이해와 적용을 통해 학습을 강화할 때 이성의 기능이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유엔의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UNESCO)에서는 ‘교육’의 기본 근간을 ‘알기 위한 학습(learning to know)’, ‘행동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do)’, ‘함께 살기 위한 학습(learning to live together)’, ‘존재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be)’이라는 네 가지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본질적으로 학습을 통해 지식과 행동, 공존·공생과 자존감 등의 능력을 신장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경희는 이미 후마니타스 교양교육을 통해 탁월한 지성인이 되기 위한 ‘교학상장(敎學相長)’, ‘교육에서 학습으로, 학습에서 실천으로’를 강조하며 ‘경희의 미래’가 ‘인류의 미래’라는 전제 아래 미래 교육을 선도하고 있는 ‘대학다운 미래대학’입니다. 최근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대응하는 개인의 역량으로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과 창의력(creativity),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on)과 협업 능력(collaboration)’ 등의 ‘4C 능력’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 능력은 비판적 인식과 창의적 사고를 확장하고 타인과의 소통과 협력적 실행을 통해 토론 중심의 맥락 교육을 지속함으로써 강화될 수 있습니다. 우리 대학에서는 이미 후마니타스 교양교육과 내실 있는 전공교육을 통해 체계적인 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사회로 나아가기 이전에 주도적으로 발표와 토론, 실천 활동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경희는 선제적으로 학생들의 학습과 소통 능력을 신장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융복합 교육을 강화하면서 지구적 실천인을 양성해 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제공하는 교양교육의 내적 견고성을 함양하고 전공교육을 통해 전문적인 실무 능력을 겸비함으로써 경희의 울타리를 넘어 세계로 웅비하는 ‘세계의 경희인’이 되길 바랍니다. 저는 신입생 여러분들에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 실천하기를 당부합니다. 1. 우리는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2. 현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나는 어떤 크기의 꿈을 꿔야 하는가? 3.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나는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가? 4. 이러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명 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신입생 여러분! 먼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어떤 시대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전환 시대의 세계 인식’이 필요합니다. 현재 기후 재난이나 전쟁과 폭력 등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 우리 인간들은 한정적인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키고 있으며 초국경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디지털 시대를 넘어 ‘초연결과 초지능’을 강조하는 인공지능 시대의 혁명적인 변환을 맞이하고 있지만 그 혜택을 전 세계인들이 골고루 공유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는 점점 더 좌우의 대립과 빈부의 양극화 속에 사람들 사이에 불신의 장벽이 세워지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고독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문명의 전환점을 모색해야 할 위기의 시대에 과연 우리는 어떤 시대적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지를, 그리고 또 어떤 꿈을 꾸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해 보아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단단하게 얼어붙어 있는 ‘기존의 틀’을 깨뜨리며 앞서서 나아가는 쇄빙선처럼 ‘재설계의 꿈’을 지닌 이 시대의 개척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캠퍼스 안팎의 활동을 통해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기존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자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길 바랍니다. 여러분에게는 더 나은 미래의 꿈과 인생의 설계를 마련하기 위해 기존의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시작한다는 ‘처음처럼’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도전과 응전을 응원하는 우리 경희가 언제나 여러분의 믿음직한 버팀목이자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래로 비상하는 신입생 여러분! 두 번째로 여러분이 스스로에게 자신이 미래에 무엇이 되고자 하는지를 미리미리 점검하는 ‘삶의 주인으로서의 자기 성찰적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무 살의 여러분에게 지금 시기는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이며,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며 다른 세계의 경계로 진입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여러분 스스로 지난 고등학교 시절까지의 과거 전체를 되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들여다보면 자신뿐만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가족과 친구, 선배와 후배, 선생님 등 타인의 모습이 비칠 것입니다. 그 안에서 유의미한 장면들을 되짚으면서 꼭 의미를 부여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성찰적 질문과 답변이 여러분을 더 나은 미래로 안내하며 한 단계 도약시키는 성장판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그동안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주어진 삶의 방향을 유지해 왔다면 이제는 ‘정형화된 삶의 방향’ 너머 자신이 스스로 ‘주어가 되는 삶’을 기획했으면 합니다. ‘주어의 삶’은 주인의 관점이자 주연배우의 태도를 지녀야 기획할 수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려면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 좌표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이미 대한민국에서 선택받은 최상위 그룹의 소수 인재에 해당합니다. 캠퍼스 안팎에서 여러분이 보유한 재능을 잘 갈고닦아 경희의 울타리를 넘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탁월한 지도자로 성장하길 당부합니다. 장자(莊子)의 「소요유편(逍遙遊篇)」에는 ‘붕정만리(鵬程萬里)’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말 그대로 전설 속의 ‘붕새’가 단숨에 ‘만 리’를 날아간다는 뜻으로, 원대한 계획을 품고 있거나 앞날이 전도양양(前途洋洋)할 때 비유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상상을 초월한 큰 성취를 이루고자 할 때 격려의 표현으로 활용하는 한자 성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붕새’를 닮은 여러분의 날개가 더 나은 인간과 세계를 창조하는 비상의 몸짓이 되어 ‘경희의 미래, 인류의 미래’라는 모토처럼 전 세계를 무대로 마음껏 펼쳐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멋진 대학 생활을 꿈꾸는 신입생 여러분! 세 번째로 여러분이 어떻게 대학 생활을 수행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면서 ‘개인의 역량과 더불어 공동체의 감수성’을 점검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득의 세 가지 요소로 언급한 ‘로고스(Logos, 창의적 지식)와 에토스(Ethos, 윤리적 진정성), 파토스(Pathos, 소통과 공감)’ 등은 지금 시기에도 고스란히 훌륭한 지도자의 덕목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인과 세계를 응대하는 ‘합리성과 윤리의식, 공감 능력’ 등은 동서고금의 석학들이 대부분 중요시하며 21세기에도 새로운 미래를 선도하는 인재들에게 필수적인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지성과 감성을 배양하는 가운데 여러분은 경희의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자신의 잠재적 역량을 현실화시키는 훈련을 받게 될 것입니다. 먼저 로고스의 신장을 위해서는 우리 학교에서 제공하는 체계적인 교양교육과 내실 있는 전공교육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학문적 역량을 강화했으면 합니다. 교과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실천 프로그램 활동을 통해서도 여러분의 능력을 마음껏 펼쳐내길 바랍니다. 둘째로 에토스의 함양을 위해서는 먼저 ‘나’를 탐문하고 사회를 탐색하며 세계를 사유했으면 합니다. 우리 학교의 설립 정신에는 이미 에토스에 기반한 학문과 평화의 전통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얼마든지 그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기를 바랍니다. 셋째로 파토스를 배양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라는 인식을 공유했으면 합니다. 경희의 프로그램 중에서는 이미 국제적 교류뿐만 아니라 사회봉사나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타인과 협력하며 공동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비교과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탁월한 성과를 도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신입생 여러분! 네 번째로 여러분이 기존 질서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면서 다양한 성패의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자기 인생에 대한 확신’을 소유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대학 안팎에서 마주치는 교수, 직원, 학생 등 다양한 학내외 구성원들 속에는 이미 다양한 멘토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 멘토들과의 친숙하고 유연한 만남을 통해 여러분에게 힘이 되는 조언을 확보할 수 있으면 합니다. 특히 기존의 관계나 체제에 안주하지 말고 이 세계의 모순과 한계를 발견하고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불평불만만 일삼거나 분노를 폭발시키라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여러분의 감수성을 예리한 감각으로 벼리는 태도를 가지라는 말씀입니다. 더 깊고 더 넓은 호기심으로 이 시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미래를 탐색하여 더 큰 꿈을 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때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중요합니다. 스스로 믿는 마음이 모이고 모여야 뚜렷한 목표 설정 속에 확고부동한 자기 확신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 확신의 마음가짐이 혁신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대학은 배움의 과도기에 해당하므로 얼마든지 실수나 실패가 허용됩니다. 일시적인 성취보다 확실한 실패를 경험함으로써 오히려 각성된 의미 부여를 통해 ‘더 큰 나’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세상에서는 언제나 수많은 새로운 기회가 제공되기 마련입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여러분이 자신과 더불어 우리 인류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새롭게 공헌할 수 있을지를 숙고하길 바랍니다. 경희의 기적이 될 자랑스러운 신입생 여러분! 앞으로 여러분이 4년 이상 수행하는 대학 생활을 잘 마무리하게 되면 우리 경희는 여러분에게 ‘영원한 고향’이자 ‘따뜻한 안식처’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언제나 경희를 자랑스러워하면서 언제든 어렵고 힘들 때면 기댈 수 있는 곳이 되겠습니다. 그러한 최고의 든든한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저 또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 여정에 함께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이제 곧 따뜻한 봄이 오면 진짜 봄을 마주하게 됩니다. 캠퍼스의 봄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봄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서 있는 자리가 청춘의 봄이 피어나는 자리입니다.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여러분은 동료, 선배들과 함께 하루하루 배우고 성장하며 더 나은 자신과 세계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대학은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는 여러분의 곁에서 여러분의 소중한 한 걸음 한 걸음을 지지하고 성심성의껏 응원하겠습니다. 여러분이 경희 안에서 경희를 넘어 세계로 발돋움하며 빛나는 내일의 성취를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수필가 신영복은 시화 에세이 『처음처럼』에서 ‘처음’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신입생 여러분은 2025년 ‘우리의 시작’입니다. ‘어린 새이자 새싹’이며 ‘아침이자 새봄’,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따뜻한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경희의 시작이자 처음’입니다. 신입생 여러분의 첫 마음과 첫 표정과 첫걸음을 응원합니다. 저와 더불어 교수, 학생, 직원 등 3만 명에 달하는 경희 구성원 전체가 신입생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앞으로 매일매일 ‘새로운 처음’을 끊임없이 만들어가면서 일취월장(日就月將)하는 ‘경희의 기적’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신입생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결맞음(Coherence)’의 시간, 더 나은 미래로의 따뜻한 공명(共鳴)
2025-02-19 202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 총장 졸업식사
‘결맞음(Coherence)’의 시간, 더 나은 미래로의 따뜻한 공명(共鳴) 졸업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그리고 축하합니다! 더불어 따뜻한 봄을 시샘하는 겨울의 마지막 자락에 여기 함께하고 계신 가족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지난 4년여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교수님과 교직원 선생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선배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정성껏 준비한 재치 있는 플래카드를 손에 들고, 따뜻한 마음을 전하러 이 현장에 함께한 후배들도 있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하는 여러분 모두가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졸업생 여러분은 지금 시간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경계는 외줄 타기처럼 추락의 위험성을 전제하는 ‘위태로운 경계’가 아니라 인생에서의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한 걸음 나아가는 ‘진일보(進一步)의 경계’이기 때문입니다. 졸업은 끝과 시작이라는 경계의 의미를 사유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잠시 지금 여기에서 하나의 끝매듭이 지어지긴 했지만,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출발점에 여러분이 서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지난 시절을 깊고 넓게 그리고 진지하게 되짚어 보기 바랍니다.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이제 학위수여식이 끝나면 여러분은 더 이상 대학생이 아니라 사회인이 되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지로 진출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서투르고 낯선 그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며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게 될 것입니다. 졸업 이후 달라질 여러분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여러분이 지나온 발자취를 꼼꼼히 되새겨 보시길 바랍니다. 공자는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공부하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는 사실 그 불확실성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의 시공간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난 대학 생활 전체를 파노라마처럼 혹은 정지 화면을 들여다보듯 음미하면서 주의 깊게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그 속에는 다양한 장소와 사람과 추억들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특히 2020~2023년까지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대학 생활을 돌아본다면 가족 이외의 타인들을 멀리하던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쓰며 얼굴을 절반 정도 가린 채 낯선 이방인을 대하듯 무심하게 주변 사람들을 경계하며 온라인 강의를 수강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최소한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캠퍼스 안팎에서 수행했던 각종 활동들의 기억도 주마등처럼 스쳐 갈 것입니다. 이제 그 시간들을 뒤로하고 경희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 졸업생 여러분! 이제 여러분이 대학에 입학할 때쯤 품었던 꿈이 무엇인지를 잠시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만약에 꿈이 있었다면 그 꿈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혹은 왜 좌절되었는지를 짚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혹시 분명한 꿈이 없었다 할지라도 상관없습니다. 우리 캠퍼스에서 쌓았던 경험을 밑돌 삼아 이제부터 꾸는 꿈이 여러분에게 또 다른 미래의 가능성을 넓혀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가능한 꿈이거나 실현되기 어려운 공상이더라도 무방합니다. 꿈의 성취 여부가 아니라 꿈 설정 자체의 유무를 통해서도 여러분은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불가능한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 이기지 못할 적과 맞서 싸우고, 견딜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견뎌 내며, 그 어떤 용사도 가기 두려워하는 곳으로 달려가고, 순수하고 정결한 것들을 애정하며, 가닿을 수 없는 저 별을 붙잡기 위해 손을 뻗는 것, 이것이 나의 여정이다.” 때로는 돈키호테처럼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셨기를, 그리고 앞으로도 도전하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도전과 응전 속에서 얻은 경험의 성패를 통해 지나온 과거를 들여다보는 일은 더 나은 미래를 선취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가능성은 ‘과거라는 거울’을 지속적으로 응시할 때 어렴풋이라도 더욱 선명하게 가시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과거 들여다보기’가 여러분의 미래를 잉태하는 ‘따뜻한 요람’인 셈입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에게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관점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20세기 후반 이래로 디지털 시대는 아날로그 시대에서는 불가능했던 엄청난 정보량의 생성과 가공, 저장과 공유로 이미 정보혁명을 이룬 바 있습니다. 21세기 초반까지 ‘디지털 시대의 철학’은 숫자 0과 1로 명확하게 경계를 구분 짓는 이분법적 사고가 지배적이었습니다. 마치 세상에는 두 부류밖에 없다는 식의 흑백논리처럼 ‘나와 너, 있음과 없음, 좌와 우, 진보와 보수’ 등 세계를 두 가지로 분류하는 태도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이항 대립적 세계관과 다르게 모든 것이 중첩되면서 공존과 양립이 가능한 ‘양자(量子, quantum)의 시대’가 왔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새로운 문명 전환의 시대에는 인간과 자연과 우주를 인식하는 전혀 다른 신사고가 필요합니다. 나와 타인과 세계가 함께 스며들고 얽히며 서로에게 섞여 들고 어우러지면서 상호 연결적인 복합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지구와 자연과 우주의 본질’은 결코 분리적이거나 배타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양자 전환적 사고를 바탕으로 디지털 시대가 쌓아 놓은 기후 위기, 자원 고갈, 양극화 등의 전 지구적 이슈를 여러분이 해결해 주기를 당부합니다. 인공지능은 현재 우리 인류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보화 시대에 컴퓨터와 인터넷의 활용을 통해 과학기술이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듯이, 인공지능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유용한 도구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특정 분야에서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이 발생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인공지능이 모든 면에서 인간을 뛰어넘을 정도로 초월적이지는 않습니다. 우리 인간은 인공지능에는 없는 ‘윤리 의식과 선한 의지, 공감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인간적인 감수성을 계발하여 타인과의 공감 능력을 확장하고 세계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나 영감(靈感)에 대한 기대와 확신으로 새로운 미래를 창조한다면,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감소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로 가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이 사회로 나가면 ‘양자 전환적 사고’로 미래를 선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디지털 시대를 지나 앞으로는 ‘양자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0과 1’이라는 디지털적 이진법이 아니라 ‘중첩과 얽힘’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결맞음(Coherence, 복수의 양자 상태가 위상(位相) 관계를 유지하며 상호 작용하는 현상)’을 우리의 새로운 세계관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결맞음에서는 정답이 보이는 확실성만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확실성과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중요시합니다. ‘현실성이 가능성과 함께, 필연성이 우연성과 더불어’ 공존하는 ‘양립 불가능한 모순의 양립’이 가능하다는 역설이 성립하는 것입니다. 이제 답이 정해진 결정론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유연한 적응력으로 서로를 결맞음하며 가능성의 최대치를 끌어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같이’ 함께하는 ‘공명(共鳴)’을 활용하여 우리가 제대로 힘을 발휘한다면 가히 혁명적인 속도와 결과를 산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가 아니라 ‘우리가 먼저’라는 집단 지성의 사유가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하나의 전공이나 단일 지식 체계의 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아우르는 통합적 사유 능력이 확보되어 있어야 합니다. 탁월한 지도자로 성장할 졸업생 여러분! 우리 경희에서 체득한 4년여의 ‘교육, 연구, 실천과 봉사의 경험’은 여러분에게 다른 여타 대학의 그 누구도 보유하지 못한 훌륭한 고유 자산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2011년 출범한 후마니타스칼리지의 교양 교육을 통해 인간의 인간다움에 대해 숙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후마니타스’에는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들어 있습니다. 경희가 교양 교육을 혁신하면서 ‘스스로를 발명하고 문명을 혁신하는 인간’으로 재정의한 후마니타스는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세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주한 양자 전환의 시대에는 후마니타스처럼 ‘탁월한 개인, 성숙한 세계시민, 타자와 더불어 문명을 혁신하는 지구적 실천인’이 꼭 필요한 셈입니다. 이제 교양 교육과 전공 교육을 통해 경희에서 체화한 학문적 자산을 바탕으로 사회에 나가 융복합적 사유와 실천을 수행하며 세계적인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기를 당부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세 가지 요소로 ‘에토스(Ethos)와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를 말한 바 있습니다. 이 3요소는 현대적인 의미에서 지도자의 역량을 보여 주는 지표에 해당합니다. 그 핵심은 ‘윤리적 진정성(Ethos), 열정의 공감력(Pathos), 지적 논리성(Logos)’ 등에 있습니다. 대학에서는 지적, 논리적 사유를 강조하는 로고스의 함양에만 치중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논리적 수월성만 추구한다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설립 76주년을 맞는 경희는 ‘문화세계의 창조’를 교시로 ‘학문과 평화의 전당’을 추구하면서 ‘로고스’와 더불어 ‘에토스와 파토스’의 겸비를 내세워 왔습니다. 졸업 이후 여러분이 활약하는 현장에서 이 덕목들이 더욱 구체화되어 세계를 누비는 탁월한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후마니타스 교양 교육을 통해 함양한 ‘내적 견고성’과 함께 전공 교육에서 학습한 전문인으로서의 실무 능력을 겸비한다면 여러분은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졸업생 여러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체제는 기성세대가 기획하고 창조해 낸 세계입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세대인 여러분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현실 세계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통해 지적 호기심과 열정을 발휘하여 더 나은 미래 세계를 탐색하기 바랍니다. 미래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현재의 체제에 안주한다면 어떠한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의 문제점과 한계를 발견하고 개선하기 위하여 쇠를 담금질하듯 여러분의 ‘영혼 있는 탁월성’을 예민한 공감력으로 더 단단하게 벼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이 세상을 ‘더욱 깊고 더욱 넓게’ 바라보면 새로운 기회의 문이 비로소 열릴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원자보다 더 작은 세계’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미시적으로 상상할 수 있어야 하며, ‘지구를 벗어난 우주’에 대한 탐색도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듯 거시적으로 함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양자 전환의 시대에는 물리·화학적 사고의 혁명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생명과 공학의 신세계를 개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식의 변환도 가져오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나노기술과 인공지능 등 새로운 산업 기술이 밀려오는 변화무쌍한 세상에서는 언제나 새로운 기회가 열리기 마련입니다. 이렇듯 급변하는 세상의 파고에 휩쓸려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저는 여러분이 우리 인류를 위해서 새롭게 공헌할 수 있는 길을 숙고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인류를 위해 봉사한다는 추상적인 목적의식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기 위해 혁신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실천을 꾀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꿈을 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새롭고 원대하며 ‘깊으면서도 큰’ 꿈을 꾸는 ‘양자 전환 시대의 개척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지난 2024년 12월 7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한강 작가는 ‘세계의 고통과 아름다움’에 대한 두 가지 질문이 자신의 문학이 지닌 핵심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이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이 작가의 글쓰기를 밀고 온 동력이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背音)이었던 것은 아닐까?”라며 스스로 자문자답하고 있습니다. 한강 작가가 자신의 문학 세계를 요약하면서 전하는 ‘오래되고 근원적인 배음으로서의 사랑’은 전 세계 동서고금의 인간 보편이 지닌 인류애의 원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사랑의 마음으로 졸업생 여러분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소중한 청춘의 한 페이지를 청년의 패기와 열정으로 장식한 이곳 경희대학교는 여러분에게 ‘영원한 고향이자 안식처’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언제 어디서나 자랑스러운 터전으로 회상하며, 언제 어디서든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든든한 대학’이자 ‘대학다운 미래대학’이 되도록 지금 여기에서 성심성의껏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여러분이 그 어느 곳에 있든 ‘학문과 평화의 전당’인 여러분의 모교에 깊은 관심과 따뜻한 성원을 보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자랑스러운 경희인’이었다는 여러분의 익숙한 과거가 ‘더 훌륭한 경희 동문’이라는 오래된 미래의 시작입니다. 끝으로 저를 비롯한 교수, 직원, 학생 등 3만 5000명의 경희 구성원 전체 그리고 35만 명에 달하는 경희 동문이 앞으로 함께 여러분 곁에서 최선을 다해 여러분 모두를 응원하겠습니다. 여러분이 꿈꾸고 실현시킬 더 나은 미래를 적극 지지하고 열심히 성원하겠습니다. 졸업생 여러분, 진심으로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